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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MBA] 위기 극복…사무실 박차고 현장 달려가라
이름
관리자
날짜
2015.05.15 07:05
조회수
1829

위기 극복…사무실 박차고 현장 달려가라

재난대응 전문가 기슬리 올라프슨 이 말하는 `위기 리더십`

기사입력 2015.05.15 04:11:02 | 최종수정 2015.05.15 08:32:36



리더도 때때론 도망치고 싶다. 특히 극심한 위기 상황이라면. 실제로 많은 리더들이 위기 순간에 당황하며 도피하고픈 욕구를 느낀다.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닥쳐올 때 많은 사람들은 리더가 메시아라도 되는 양 의지하고 싶어 하지만 리더는 의외로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역사 속에서, 또는 주변에서 위급한 순간 폴로어를 버리고 자기만 빠져나간 리더를 하나쯤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의 리더십은 보다 더 높은 자질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시기는 리더의 역량을 시험하기에 최고의 시기이기도 하다.

매경MBA팀은 대지진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리더십을 통해 위기를 헤쳐 나온 재난 대응 전문가에게 위기 상황에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물었다. 경제 위기, 파산 위기 등 기업이 직면하는 수많은 위기가 있지만 수천만 명이 사망한 네팔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처럼 눈앞에서 모든 것이 초토화되는 시각적 충격에 압도당하는 경험은 더 특별하다. 인간의 무력함만이 증명되는 상황에서의 리더십은 기업이 처한 여러 위기를 풀어 나가는 데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비롯해 수많은 수색과 구조 현장 경험을 가진 기슬리 올라프슨은 위기 상황에선 일단 리더부터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상시엔 괜찮은 리더들도 위기에 직면해선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욕구, 자기를 돋보이게 하고픈 욕구가 생기는데 이런 지극히 인간적인 욕구를 버려야 진정한 위기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다. 위기에 대비해 회복력(resilience) 갖추기, 위기가 닥쳤을 때는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기, 위기 후엔 성과에 대해 축하하기. 위기 전과 위기 시엔 항상 최악의 순간을 생각하며 현실적이어야 하지만 위기 후엔 낙관적 태도가 필요하단 얘기다.

다음은 기슬리 올라프슨과의 일문일답.

―평상시와 위기 상황의 리더십은 어떻게 다른가.

▷위기 상황에선 리더의 감정 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상시라면 리더가 크게 감정에 흔들릴 일이 없고, 설사 감정 기복이 있다고 해도 구성원들이 이를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선 다르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표정 하나에 굉장히 예민해진다.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가장 먼저 신경쓸 것은 구성원들 마음이 아닌 자신의 마음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고 절망감을 제대로 통제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참사 앞에선 모두가 당황하기 마련이지만 리더는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큰 그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터널 끝에는 빛이 있고, 거기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 역시 인간이다.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그래서 위기가 닥치기 전에 회복력을 갖추도록 대비해야 한다. 회복력은 대형 사고가 닥치더라도 예전 상태로 빨리 돌아와 다시 강해지고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회복력을 구축하는 데 쓰는 1달러는 6달러의 가치를 낸다. 1시간의 시간 역시 6시간의 가치를 창출한다고 본다.

회복력이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위기에 대비한 시뮬레이션과 훈련, 연습을 통해 위기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일단 팀이 자원을 어떻게 조직할지를 살피고 팀 내 리더들을 준비시켜야 한다. 그들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전략적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

―리더들에게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순간이 오나.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리더들은 위기의 순간이 오면 현장에 직접 가기보단 상아탑에 숨어서 지휘하기를 택한다. 세속과 동떨어진 공간(상아탑)에서는 보통 때처럼 과정이 결과보다 우선시되고 상관에 대한 보고가 실제 구조 작업보다 중요하다.

위기 수습에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한 일에 리더가 매몰되는 이유는 현장에서 자기에게 어떠한 위험이 추가로 닥칠지 겁이 나기 때문이다. 자기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두렵다. 이를 직면하는 건 감정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그러나 리더가 만일 두려움을 직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면 위기에서 탈출하는 방법과 사람들을 동기부여시키는 방법에 대해 훨씬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재난이 닥친 사람들 사이에 자기를 노출시켜야 사람들이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알고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

몇 명이 사망했거나 실종됐다는 세부 집계 사항을 듣는 것은 매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건 유족이나 생존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향식 위기 대응이 아니라 생존자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

기사의
―반대로 현장에 너무 자주 나타나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는가.

▷현장에 등장하는 이유가 피해자들에게 정말로 용기와 위로를 주기 위해선지 아니면 자기가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선지 구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돋보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현장에 등장하곤 하며 때때론 세부적인 사항까지 다 관리하려고 들기 때문에 구조 활동을 망친다.

진정한 리더는 정말 자신이 현장에 가는 이유가 누구를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항상 자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한다. 사실 대중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그들은 올바른 리더십을 통해서 자원을 잘 활용하고 구조활동을 펼치려는 노력을 한다.

―당신은 리더가 사람들의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가지길 원하지 않나.

▷리더가 희망의 전도사가 되는 건 좋다. 그러나 과도한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덜 약속하고 일단 약속을 하면 그 이상 더 많이 이행하는 것이다. 리더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리더는 폴로어들이 겁에 질리지 않게 하되 지킬 수 있는 적절한 약속을 해야 한다. 만일 리더가 기대 수준을 더 높여버리면 결국 약속 미이행으로 인해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자들이 재해가 닥칠 때 사람들에게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종종 경고하는 이유다.

―그 예가 있는가.

▷2008년 아이슬란드 금융위기 때의 일이었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은행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중앙은행의 외화가 고갈될 상황이었지만 아이슬란드 정치권은 부실 채권과 과도한 대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그러니 국민은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고 집이나 차를 포기하는 고난 없이도 순조롭게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국엔 아이슬란드 국민은 예상보다 훨씬 힘든 시기를 견뎌야 했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위기 시 동기부여 방식은 어떠해야 하나. 평시에는 금전적 보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위기 땐 리더가 나눠줄 수 있는 자원이 별로 없다.

▷금전적 보상은 평시에도 별로 좋은 보상책이 아니다.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선 그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NGO에 지원하는 사람은 세상에 의미를 만들기 위해 험난한 길을 지원한다. 리더라면 무엇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열정을 손에 잡히는 노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지구상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존재이고 재난 상황에선 그 욕망이 더 도드라진다.

―동기부여엔 권한이양도 중요하다. 리더의 권한도 일부 나눠줘야 할까. 위기라면 통제력이 강화되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위기 시엔 업무와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더가 세부 사항을 다 알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뭔지 원칙만 정해야 한다. 팀원들이 리더로서 행동하도록 스스로 움직이되 정해진 원칙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들은 자기가 잘 모른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고 그들의 최적의 작업 여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그들도 리더를 존중할 것이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건건이 지시하는 일이 아니라 직원들이 하는 일이 모두 중요하다고 일깨워주기 위해 뛰는 일이다. 이것을 발로 뛰는 관리(Management by walk around)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이후 수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위기 상황에선 현실주의자가 되어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라면 위기 상황이 수습된 이후엔 반대다. 이때는 그동안 노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축하하는 변신이 필요하다. 팀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위기에 대처한 일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말하게 해서 잘된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들이 기여한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다음 위기에 대비해 팀을 정비하는 일이다.

사실 위기가 수습된 후 많은 리더들은 모든 관심과 스포트라이트가 자기에게 오는 것을 즐긴다.
이렇게 되면 팀 전체의 사기는 떨어질 뿐이다. 리더가 할 일은 나 대신 우리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 팀의 성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 He is…

기슬리 올라프슨(Gisli Olafsson)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현지에 도착한 첫 국제구조팀을 이끈 재해 대응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재해 상황에서 리더십의 역할을 설명한 크라이시스 리더(The Crisis leader)라는 책을 최근 출간한 바 있으며 현재는 41개 비정부기관의 컨소시엄인 넷호프의 비상대응 책임자로 봉사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