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Society of Disaster & Security
[매경 MBA] 위기 극복…사무실 박차고 현장 달려가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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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도 때때론 도망치고 싶다. 특히 극심한 위기 상황이라면. 실제로 많은 리더들이 위기 순간에 당황하며 도피하고픈 욕구를 느낀다.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닥쳐올 때 많은 사람들은 리더가 메시아라도 되는 양 의지하고 싶어 하지만 리더는 의외로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역사 속에서, 또는 주변에서 위급한 순간 폴로어를 버리고 자기만 빠져나간 리더를 하나쯤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현장에 너무 자주 나타나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는가.
▷현장에 등장하는 이유가 피해자들에게 정말로 용기와 위로를 주기 위해선지 아니면 자기가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선지 구분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자신이 돋보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현장에 등장하곤 하며 때때론 세부적인 사항까지 다 관리하려고 들기 때문에 구조 활동을 망친다. 진정한 리더는 정말 자신이 현장에 가는 이유가 누구를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항상 자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위기 상황을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생각한다. 사실 대중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그들은 올바른 리더십을 통해서 자원을 잘 활용하고 구조활동을 펼치려는 노력을 한다. ―당신은 리더가 사람들의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절망의 순간에 희망을 가지길 원하지 않나. ▷리더가 희망의 전도사가 되는 건 좋다. 그러나 과도한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덜 약속하고 일단 약속을 하면 그 이상 더 많이 이행하는 것이다. 리더는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리더는 폴로어들이 겁에 질리지 않게 하되 지킬 수 있는 적절한 약속을 해야 한다. 만일 리더가 기대 수준을 더 높여버리면 결국 약속 미이행으로 인해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자들이 재해가 닥칠 때 사람들에게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종종 경고하는 이유다. ―그 예가 있는가. ▷2008년 아이슬란드 금융위기 때의 일이었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은행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중앙은행의 외화가 고갈될 상황이었지만 아이슬란드 정치권은 부실 채권과 과도한 대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했다. 그러니 국민은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고 집이나 차를 포기하는 고난 없이도 순조롭게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결국엔 아이슬란드 국민은 예상보다 훨씬 힘든 시기를 견뎌야 했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위기 시 동기부여 방식은 어떠해야 하나. 평시에는 금전적 보상이라도 할 수 있지만 위기 땐 리더가 나눠줄 수 있는 자원이 별로 없다. ▷금전적 보상은 평시에도 별로 좋은 보상책이 아니다.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선 그들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 NGO에 지원하는 사람은 세상에 의미를 만들기 위해 험난한 길을 지원한다. 리더라면 무엇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열정을 손에 잡히는 노력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사람들은 모두 지구상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존재이고 재난 상황에선 그 욕망이 더 도드라진다. ―동기부여엔 권한이양도 중요하다. 리더의 권한도 일부 나눠줘야 할까. 위기라면 통제력이 강화되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위기 시엔 업무와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리더가 세부 사항을 다 알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뭔지 원칙만 정해야 한다. 팀원들이 리더로서 행동하도록 스스로 움직이되 정해진 원칙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리더들은 자기가 잘 모른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고 그들의 최적의 작업 여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그들도 리더를 존중할 것이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건건이 지시하는 일이 아니라 직원들이 하는 일이 모두 중요하다고 일깨워주기 위해 뛰는 일이다. 이것을 발로 뛰는 관리(Management by walk around)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위기 이후 수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위기 상황에선 현실주의자가 되어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라면 위기 상황이 수습된 이후엔 반대다. 이때는 그동안 노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축하하는 변신이 필요하다. 팀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위기에 대처한 일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말하게 해서 잘된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들이 기여한 일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다음 위기에 대비해 팀을 정비하는 일이다. 사실 위기가 수습된 후 많은 리더들은 모든 관심과 스포트라이트가 자기에게 오는 것을 즐긴다. ■ He is… 기슬리 올라프슨(Gisli Olafsson)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현지에 도착한 첫 국제구조팀을 이끈 재해 대응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재해 상황에서 리더십의 역할을 설명한 크라이시스 리더(The Crisis leader)라는 책을 최근 출간한 바 있으며 현재는 41개 비정부기관의 컨소시엄인 넷호프의 비상대응 책임자로 봉사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 |